[동아일보] 4.13 짝 만난181cm 백조 '우아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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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만난 181cm 백조 ‘우아한 비상’
국내 최장신 발레리나가 마침내 ‘짝’을 찾아 백조로 훨훨 날게 됐다. 181.5cm라는 큰 키에 맞는 남자 파트너를 구하지 못해 단 한 번도 2인무를 출 수 없었던 유니버설 발레단(UBC)의 기대주 이상은(21·사진). 그가 드디어 무대 위에서 파드되(2인무)를 펼쳐 보인다. 그것도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꿈꾸는 ‘백조의 호수’의 서정적인 2인무 ‘백조 아다지오’로.
12일 오후 4시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 발레단을 찾았을 때 그는 한창 연습 중이었다. 그의 ‘짝’은 러시아 무용수 일리야 셰르바코프(23). 키는 198cm다.
그는 “너무 행복하면서도 떨린다”고 했다. 털털한 성격 덕분에 늘 밝게 웃으며 다녔지만 남몰래 가슴앓이를 했던 시간이 적지 않았다.
빼어난 기량과 장신(長身)답지 않은 유연함, 모델 같은 외모를 갖춘 그는 동아무용콩쿠르 금상(2004년), 서울국제콩쿠르 발레 부문 그랑프리(2006년)를 거머쥐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무대에서 그는 여전히 혼자였다.
남자 파트너가 없으니 당연히 주역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코르 드 발레(군무)를 하기에도 그는 너무 컸고 ‘지젤’의 ‘미르타’ 등 혼자 춤을 추는 제한된 배역만 맡을 수밖에 없어 무대에 설 기회도 남들보다 적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그에겐 너무나 특별하다. 남들 눈에는 그저 “‘백조의 호수’ 하이라이트 공연”일 뿐일지 몰라도 그로서는 오랫동안 남몰래 꿈꾸어 온 소중한 첫 2인무다.
이번에 그가 추는 ‘백조 아다지오’는 안무가 약간 변형됐다. 어렵게 만난 파트너인 셰르바코프가 56kg인 그를 아직 완벽하게 리프팅(들어올리는 것)을 못하기 때문이다. 군살 하나 없는 늘씬한 몸매지만 키가 큰 만큼 다른 발레리나보다는 5∼10kg 무겁다. 그래서 살짝 올렸다 내려놓는 식으로 바뀌었다. 연습실에서는 그와 셰르바코프가 ‘백조 아다지오’를 추는 모습을 단원들이 빙 둘러앉아 지켜보았다. 셰르바코프가 그를 힘겹게 들어올리자 날갯짓을 하며 우아하게 높게 뻗은 그의 긴 두 팔이 그만 천장에 가 닿고 말았다. 웃음이 나올 법한 상황이었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벌게진 얼굴로, 생애 첫 2인무 무대를 준비하는 그의 온몸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 그의 키가 너무 큰 것이 아니라 무대가 너무 좁은 것일 뿐이었다. 그는 6월 중국 상하이 콩쿠르에 나간다.
그의 꿈은 콩쿠르를 통해 해외 무대에 진출하는 거다. 그의 2인무는 13일 오전 11시 UBC가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올해 4차례 마련한 ‘문훈숙의 브런치 발레’ 첫 무대(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02-2204-1041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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